<여행기> 詩/남도기행(南道記行)
남도기행(南道記行) ....................美山/왕/은/범/
1. 새만금
南道의 보리 연기
안개처럼 자욱한데
버얼건 낙조(落照)에
새만금도 벌겋구나.
말라 비틀어진 갯벌에선
장승들 노래
진혼곡마냥 웅웅댈 뿐.
그 어디에서도
갯벌의 노래는 들려 오지 않았다.
낙조만큼 부끄런 홍조를 띠고
일행은 주검 앞에
차마 설 수가 없어
부끄러 부끄러 사라지는 해처럼
도피해야 했다.
2. 채석강
억겁의 씻김과 씻김으로
그리도 정결할진대
변함없이 변산의 한 자락 부여 잡고서
묵묵히 수도하는 그대는
진정
神이로소이다.
층층이 간직한 사연을 머금은 채,
산(山)이 되었다 강(江)이 되고
이 백이 되었다 이상이 된다.
그러한 세월의 틈 속에 내 들어가 앉으니
한낱
미물(微物)이어라,풍진(風塵)이어라.
* 채석강 : 당나라 이태백(호: 靑蓮居士)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잠긴 달을 잡으려고 강에 뛰어 들어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그 형세가 비슷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함.
3. 내소사
사람을 닮았구나
쑥개떡 파는 촌부(村婦)의 따스한 숨결처럼
금줄 두른 느티나문
나그네 반겨 맞이하고,
보리수
부처되어
미소로 날 맞을 제,
손때 절은 대웅전 창문살은
연꽃으로 환생한다.
천년의 수도(修道)
부족함 없을진대
경내의 느티나문
부끄러 또 부끄러
아래로만 자랐음에
아 !
난
어디메로 자라고 있는지
흠향(欽香)하며 번뇌한다.
4. 떼무덤
점.
점.
점. 점.
점.
先史가
널려있는 고창에 섰다.
멍 하니 넋 놓고
無心한 時間만
흘려 보내다
바람이 전하는
찰나에 섬칫 놀라
합장(合掌)을 했다.
* 찰나 : 산스크리트의 '크샤나'. 즉, 순간의 음역(音譯)
1찰나= 1/75 초
또는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가 멸하고,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 이어간다고 가르치는데 이를 '찰나생멸',
'찰나無常' 이라 한다.
5. 마이산
채석강에서 떠 밀려온
이백의 혼이 박힌 듯,
내소사의 느티나무가 뿌리를 내린 듯,
떼무덤
무덤 무덤
점으로 와 박힌듯,
마이산은
일행을 조롱하듯 우뚝하다.
목 꺾어져라 올려다 본 산은
물 속으로 가라 앉고
대홍수의 소용돌이로 날 몰아 몰아
부처님 손바닥 위에 올려 놓는다.
암마이산 아래 선 내가
어느새 해인사 고사목 아래
한낱
개미 되어
기어 다닌다.
** 2002년 6월 5일~ 6월 6일
사랑스런 사람들과의 여정을 마치고 나서 쓰다
2005.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