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울아들 지리산 종주 생중계(完)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6. 10:01

 

엄청난 폭우다

와이퍼를 최고로 틀어도 미처 닦아내지 못하는 빗물

생전 처음 겪는 폭우를 헤치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천왕봉 다녀와서 지금은 중산리 그 식당이에요"

 

아들은 아빠의 말을 기억했나보다

오늘 하루를 함께한 형들에게 막걸리를 대접하고 있단다

녀석,돈도 없을텐데.....

(울 아들은 춘천에서 떠날 때 수중에 현금 12만원 뿐이었다)

암튼,

뜨거운 땀 흘리고 나누어 마시는 막걸리,

돈이 무슨 상관이랴 !

 

엄청난 폭우를 뚫고 춘천에 도착,

아들에게 여비를 송금했다

"아빠,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중산리 계곡.....2005년 8월)

 

아들이 준비해간 식량이랑 돈이 바닥이 났다

비로인해 연장된 산행.

준비해간 식량도 바닥나고......

 

그러나 역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달랐다

아들을 불러 삼겹살을 먹이고, 술을 권하고

인생을 이야기 하고...그렇게 아쉽게 이별을 하고....

 

다시 또 만난 형들과 어젯밤을 함께 하고 함께 천왕봉을 오르고

피곤한 육신

중산리 그 편안한 식당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달랑 남은 2만원.

아들은 고마운 그 형들에게 막걸리를 대접했단다

 

이제 무일푼이다. 울 아들은.

어찌 해야하나? 

 

 

형님이 버스표를 끊어주더란다

 

무얼 믿고 무일푼인 아들에게 버스표를 끊어주었을까?

 

아들이 버스를 탔다

아빠가 전화를 했다

 

아들아 , 고생많았구나

이곳 춘천, 비 엄청나게 온단다. 그곳은 괜찮니?

돈도 다 떨어졌을텐데...?

이제 1차 목표는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집으로 오는게 어떨까?

 

 

아들은 지리산이 되었다

녀석의 푸른 가슴 그득 지리산이 자라고 있다

 

아들이 지나간 길/길마다

길이 전하는 사연,

아주 아주 오래되고 그윽한 지리산의 사연.

아들의 가슴에

아들의 나이만큼

나이대로 따라서 , 따라서 향긋해질테지

마치 포도주처럼 말야

 

아들아,

이제 너는 지리산을 내려왔지만

지리산은 너를

너를

영원히 기억할거란다

 

아들아,

너 아니?

이 아빠의 행복을..........

 

 

 

울아들 지리산 생중계를 마칩니다.

읽어주신 인연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울아들 시방 대전의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룸메이트들에게 ....밥 사달라고 가난한척 하고 있다고.....

그곳에서 머물며 날씨 좋아지면 태풍처럼

백두대간의 능선을 타고 북상하겠다고......

 

백두대간 종주는 계속 됩니다(늘/고마움......)

 

많이 격려해주세요~~~~~!!!! 고운 블로거님들.

 

2006.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