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눈길을 헤치고 도자기공방엘 다녀오다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7. 10:15

밤 새 눈이 제법 내렸다

그 동안 아버님 일로 수고한 처제랑 안해

그리고 슬픔 그득하실 장모님 모시고 동해바다로 훌쩍 떠나려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취소

 

싸부님도 네팔에서 잠시 돌아오셨다기에

싸부님도 뵐겸 바람도 쐴겸

눈길을 헤치고 아슬아슬하게 길을 떠났다

 

 

 

앞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풍경

 

 

 

뒷베란다에서 내다 본 거리 풍경

 

 

 

장인어른께서는 길떠나시는 일을 참 좋아하셨다

어디라도 가시자면 얼른 따라나섰는데, 이젠 내 차 뒷자리가 허전하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울-양양고속도로로 접어든다

동홍천으로 빠져나와 인제 , 속초방향으로 차를 몬다

 

철정 검문소에서 우회전 내촌, 상남방향으로 접어들자

도로가 완전 빙판길이다

 

"아범. 길 미끄러운데 가지 말지"

걱정 그득한 장모님 말씀이다

"여보, 그래요. 다음에 가요"

 

 

한참을 망설이다가 내 능숙한 운전솜씨를 믿어보라고 말씀드리고

내촌을 지나 아홉사리 고개

 

올래가는 차들이  서로 멈추어 엉켜있다

오르막길에서 멈추면 다시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리조리 피해

조심스레 차를 몰아 고개를 무사히 넘었다

 

우와~~!!

내 차만 성공했다

뿌듯하다

 

 

 

네팔에서 귀국하신 싸부님 내외분을 식당으로 모셔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도자기공방에 도착

장모님을 모시고 이 방 저 방 구경시켜 드렸다

 

 

 

그 동안 내가 빚은 그릇들도 맡겨놓고....

 

 

 

싸부님과 안해가 술상을 차리고 있다

우리가 만나면 의식처럼 걸치는 코스다

하하하

 

 

 

모든 것을 신기해 하시는 장모님

표정이 흐뭇하시다

더불어 내 마음도 흐뭇해진다

 

 

 

참 맛있고

참 아름답고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버님 살아 계실 때 한번 모시고 오는 건데.....

 

싸부님, 고맙습니다

장모님, 고맙습니다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안해가 모는 차 속에서

장모님은 전혀 외롭지 않으셨다

 

 

 

우리집으로 모셔서 함께 주무시고

다음날 점심

소현이가 보내준 만두국 끓여 대접해드리고 어머니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장모님, 담에 또 올게요.,그때까지 잘 지내고 계세요~~"

"알았어, 어여들 가"

 

 

장모님 곁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실 아버님 계심을 알기에

돌아가는 마음이 다소 가벼웠다

 

 

 

 

미산자락에 아버님을 편히 모셨다

 

 

 

아버님의 유언을 묘비에 새겼다

"나는 행복하다"

 

 

 

2010.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