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울아들 지리산종주 생중계(1)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6. 09:59

울 아들

성명 : 왕기영

소속 : 대한민국 신체건강한 청년(모 대학 4학년)

 

 

아들이 그저께(7월11일) 비 내리는 길을 나섰다

30 여 킬로그램 쯤 나가는 배낭을 메고 지리산으로 떠난 것이다

아들의 길 떠남을 말릴까 하다가 그냥 뒀다

몇 일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예약하고.......

태풍과 장마로 어수선한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기로했다

난 울 아들을 알기에....

(녀석은 이미 중학교 때 춘천에서 인제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하이킹을 두 차레 다녀온 적이 있고,

작년에는 춘천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양양 강릉 삼척 울진 영덕 포항 경주 부산까지

자전거에 묵직한 배낭 싣고  1주일여 노숙하며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이번 산행도 그저 믿고 떠나보낼 수 있었다)

 

첫날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전주, 진주,지리산 화엄사 입구 도착 !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고 한다

화엄사 앞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

어쩔 수 없이 화엄사 부근 민박집에서 거금 2만원을 내고 1박을 하게 되었단다

그래, 잘 했다,아들아.

 

이틑날 새벽 4시

부지런히 아침을 지어 먹고 화엄사 입구 안내소로 갔단다

지리산 등반이 가능하겠냐고,

관리소 직원 왈, 좀 더 지켜보잔다

아침 여섯시를 조금 넘겨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지리산으로 들어가겠노라고

잘 떠나라고 했다

 

일행 하나 없이 홀로 들어서는  화엄사계곡

그 코스를 나는 안다

성삼재 위 노고단 가는 중간 그 어드메쯤으로 난 코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일행도 없이 달랑 혼자 그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숨가쁘게 오를 울아들.

난 그를 믿는다

그래, 오르거라

오르고 또 오르거라

 

오후 4시 전화가 왔다

"아빠, 노고단 대피소에요"

장하다, 해냈구나,내 그럴줄 알았지

대피소엔 아들과 어떤 어른(주무신단다) 달랑 둘 뿐이란다

그도 그럴것이,

태풍에 장마까지 겹친 이때 지리산을 종주한다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지

암튼 저녁을 맛나게 지어먹고(아들 말에 의하면 2인분)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단다

안개 자욱한 노고단 !

그 노고단의 품 속에 안겨 내 아들이 잠을 잘테다

잘 자거라 아들아, 아름다운 꿈도 물론 꾸면서......

 

오늘 아침(7월 13일)

지리산 종주 3일 째

잠에서 깨자마자 난  날씨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지리산 쪽은 비가 오지 않는단다

그 시각 춘천엔 억수로 비가 퍼붓고 있었다

 

6시 30분경

아들의 전화다

"아빠, 이제 출발하려고요"

아들의 목소리에서 지리산 냄새가 난다

아주 건강한 지리산 냄새가,

밤 새 일행이 열댓명으로 늘었단다

어우러져 아침을 지어먹고 함께 떠나기로 했단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들은 아마 오늘

더불어 사는 인생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아울러 산이 전하는 아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고운 언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쯤 울아들은 지리산 능선을 따라 산이 되고 있을테다

 

아들아,

지리산이 되어가는 너를 사랑한다,네 엄마만큼........(계속)

 

 

<지난 여름 우리 가족 지리산 등반 모습....중산리 , 칼바위, 법계사,천왕봉,제석봉,장터목, 중산리 코스)

 

2006.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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