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성명 : 왕기영
소속 : 대한민국 신체건강한 청년(모 대학 4학년)
아들이 그저께(7월11일) 비 내리는 길을 나섰다
30 여 킬로그램 쯤 나가는 배낭을 메고 지리산으로 떠난 것이다
아들의 길 떠남을 말릴까 하다가 그냥 뒀다
몇 일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예약하고.......
태풍과 장마로 어수선한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기로했다
난 울 아들을 알기에....
(녀석은 이미 중학교 때 춘천에서 인제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하이킹을 두 차레 다녀온 적이 있고,
작년에는 춘천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양양 강릉 삼척 울진 영덕 포항 경주 부산까지
자전거에 묵직한 배낭 싣고 1주일여 노숙하며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이번 산행도 그저 믿고 떠나보낼 수 있었다)
첫날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전주, 진주,지리산 화엄사 입구 도착 !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고 한다
화엄사 앞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
어쩔 수 없이 화엄사 부근 민박집에서 거금 2만원을 내고 1박을 하게 되었단다
그래, 잘 했다,아들아.
이틑날 새벽 4시
부지런히 아침을 지어 먹고 화엄사 입구 안내소로 갔단다
지리산 등반이 가능하겠냐고,
관리소 직원 왈, 좀 더 지켜보잔다
아침 여섯시를 조금 넘겨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지리산으로 들어가겠노라고
잘 떠나라고 했다
일행 하나 없이 홀로 들어서는 화엄사계곡
그 코스를 나는 안다
성삼재 위 노고단 가는 중간 그 어드메쯤으로 난 코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일행도 없이 달랑 혼자 그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숨가쁘게 오를 울아들.
난 그를 믿는다
그래, 오르거라
오르고 또 오르거라
오후 4시 전화가 왔다
"아빠, 노고단 대피소에요"
장하다, 해냈구나,내 그럴줄 알았지
대피소엔 아들과 어떤 어른(주무신단다) 달랑 둘 뿐이란다
그도 그럴것이,
태풍에 장마까지 겹친 이때 지리산을 종주한다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지
암튼 저녁을 맛나게 지어먹고(아들 말에 의하면 2인분)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단다
안개 자욱한 노고단 !
그 노고단의 품 속에 안겨 내 아들이 잠을 잘테다
잘 자거라 아들아, 아름다운 꿈도 물론 꾸면서......
오늘 아침(7월 13일)
지리산 종주 3일 째
잠에서 깨자마자 난 날씨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지리산 쪽은 비가 오지 않는단다
그 시각 춘천엔 억수로 비가 퍼붓고 있었다
6시 30분경
아들의 전화다
"아빠, 이제 출발하려고요"
아들의 목소리에서 지리산 냄새가 난다
아주 건강한 지리산 냄새가,
밤 새 일행이 열댓명으로 늘었단다
어우러져 아침을 지어먹고 함께 떠나기로 했단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들은 아마 오늘
더불어 사는 인생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아울러 산이 전하는 아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고운 언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쯤 울아들은 지리산 능선을 따라 산이 되고 있을테다
아들아,
지리산이 되어가는 너를 사랑한다,네 엄마만큼........(계속)
<지난 여름 우리 가족 지리산 등반 모습....중산리 , 칼바위, 법계사,천왕봉,제석봉,장터목, 중산리 코스)
2006. 7. 13.
'우리 식구, 알콩달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아들 지리산 종주 생중계(完) (1) | 2022.09.26 |
---|---|
울아들 지리산종주생중계(2) (1) | 2022.09.26 |
아들에게 애인이 생겼다 (0) | 2022.09.26 |
아내에게 (1) | 2022.09.26 |
아들아 (1) | 2022.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