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아들에게 애인이 생겼다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6. 09:58

연이은 밤샘 실험으로 녹초가 된 아들이 아침부터 전화다

"아빠, 잘 지내시죠?"

생뚱맞다

녀석이 이른 아침(08 : 20)에 전화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 너도 잘 지내지? 참 요즘 축제기간이라면서?"

 

아들네 학교는 특이하다

아니 잔인하다

젊음의 열기로 북적대는 소위 "축전(祝典)"기간임에도 예외없이 밤샘 실험이란다

(축제라는 말보다 축전이라는 표현이 옳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피로와 지침으로 찌든 녀석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참으로 가엾다는 생각 뿐이다

한창 낭만이니 여유니 사랑이니 인생이니를 논하며 거들먹거릴 법도 한데

(애비인 난 '다시 또 회상'이란 글에서도 밝혔듯이 사랑타령으로 보내던 스물 하나였는데..)

아들에겐 스물 둘 건장한 몸에 빼어난 용모(난 여전히 팔불출이다)를 발산할 겨를이 없었다

 

몸에 밴 객지생활

열 일곱에 시작된 홀로서기

 

늘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떠오르는 아들.

베란다 카페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면서도 아들 생각

아내와의 산행 시에도 생각나는 아들

아들의 안부가 늘 궁금했다(세상의 어느 부모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아들의 전화를 막상 받고보니 기쁨보다는

 

'어쩐 일일까?'

라는 염려부터 퍼뜩 든다.

 

"아빠 지난번에 말씀드린 그애랑 이성친구하기로 했어요"

 

지난 번 집에 왔을 때 슬쩍 흘렸던 여자친구

그냥 때가 되었으려니 하면서도 뒷얘기가 몹시 궁금했던게 사실이다

나이 스물 둘에 애인 하나 없다는 것은 가문의 수치로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럼 그렇지'를 속으로 남발하며

이젠 내가 더 설레인다

 

옆에 있던 아내가 환한 표정으로 전화를 건네 받는다

"이름은?"

"집은 어디래?"

"부모님은?"

"키는?"

"됨됨이는?"

 

허~~참!

무슨 심문하듯 한다

 

 

 

(지난 여름, 지리산 천왕봉 등정을 마치고 하산길에....제석봉 고사목 군락지에서의 아들)

 

아들이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내왔다

역시 녀석답다

 

"그래, 아들아, 이번 주도 내내 밤샘 실험이니?"

 

다행히도 어제는 비록 잠시 잠깐의 데이트였지만

여자친구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몹시 들뜬 목소리다

나도 따라 두근거리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축하한다, 아들아

아주 아주 폼나는 사랑을 곱게도 하거라

 

그런 아들이 교환학생으로 북경대학에 간단다

보고싶어 어쩌니?

(나 말구 니 애인 말이다)

 

 

 

(연초 가족 등반 중...춘천 근교 삼악산에서.......)

 

2006. 5. 26.

'우리 식구, 알콩달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아들 지리산종주생중계(2)  (1) 2022.09.26
울아들 지리산종주 생중계(1)  (1) 2022.09.26
아내에게  (1) 2022.09.26
아들아  (1) 2022.09.26
아내와의 봄나들이  (1) 202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