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달에 두 번 있는 노는 토요일이었지요
산행을 할까?
짧은 여행을 떠날까?
외로우신 어른들 모시고 드라이브를 할까?
하다가 얼굴 본 지 아주 오래 된 아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답니다
아들
스믈 두 살.
열일곱에 부모 곁을 떠나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한 게 벌써 6년 째
늘 보면 안쓰럽고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운 울 아들
녀석에게 가져다 줄 과일이며 책, 옷가지 등을 주섬주섬 한보따리 챙겨
아내와 함께 대전으로 출발!
중앙선,영동선 ,중부선,호남선을 타고 내려가며 연둣빛 신록이랑 산벚,개살구,개복숭아꽃의
절묘한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유성IC를 빠져 대덕과학단지 도착.
늘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너무나 썰렁하리만치 조용한 캠퍼스는 여전합니다
"아들아, ......."
반가운 아들이 햇빛 못 받은 풀마냥 핼쓱해졌습니다
스물 두 살 등푸른 청년이 요 몇일 밤샘 실험과 시험으로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가슴이 찡~~~해 옵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룸메이트랑 함께 대전정부종합청사 부근 그럴싸한 갈비집으로 가서
배터지게 "먹어라,먹어라 "합니다
참 잘도 먹습니다
아구적 아구적 달게 먹는 녀석들을 보며 왜 이리 가슴이 찡~~~한지.
모처럼 아들과 캠퍼스 여기저기를 산책했습니다
날씨도 모처럼의 가족 상봉을 축하하는지 해맑습니다
대학 4학년인 아들
언제 보아도 어린애 같습니다
부모님 걱정에 금방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한 짐승
여지껏 부모 말 한번도 거역하지 않은 참 착한 짐승
부모 속 한번 썩이지 않은 참 고운 녀석
그런 아들이 참으로 고맙고 장합니다
한편으론 남들처럼 낭만과 불타는 젊음으로 들끓지 못하고 이 미치도록 화창한 봄날
연구실에서,도서관에서 책과 씨름 해야하는 아들이 안됐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선택한 일
지치고 힘들어도 헤쳐나가야 할 운명인걸요
대학 상징물인 "까리용" 앞에서 아내와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녀석도 4년 째 학교를 다니면서 이곳(호수)을 산책하기는 처음이라는 말을 듣고
좀 더 멋과 여유/ 낭만과 <폼나게>를 들려주었습니다
두 녀석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았나 봅니다
항공우주를 전공하는 아들 친구녀석이 자꾸 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다시 아쉬운 이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험 끝나고 5월 어버이날을 전후해서 집엘 오겠다고 합니다
설악산에라도 함께 오르자고 합니다
그러자꾸나
약속을 하고 <인공위성연구센터>앞에서 우리별1호를 탄듯~~
슈~~~~웅.
춘천으로 향합니다
2006.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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