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23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20주년 기념일이었다.
1984년 그날.
예식을 마치고 강원도 태생의 부부가 강릉으로 속초로 소위 신혼여행이라고 떠났으니.....
20 년이 흐른 바로 지난 몇일, 성큼 자란 두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서 너무도 고맙고 행복했다.
제주도.
환상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꼭 들어가는 섬.
자, 이제부터 우리 가족의 제주 여행기를 적어보렵니다
2005년 1월 10일 , 원주공항.
힘찬 발진에 이어 이륙이다.
아래로 내다뵈는 국토의 아름다움도 잠시, 50 여 분의 비행 끝에 제주 도착.
오후 3시다.
제주공항에 미리 예약해둔 렌트카(SM5) 계약서를 작성하고 차를 인수하면서 우리 가족의
3박4일 짧은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미리 준비해간 여행 지도를 보며 공항 근처에 위치한 용두암으로 향했다.
용두암(龍頭岩)
신혼여행 다녀온 친구나 아는 이들의 사진으로나 봤던 용두암을 본 감회는 대단했다.
매섭게 몰아치는 바닷바람과 마침 내리기 시작한 눈(아주 작은)을 맞으며 우리 가족은
두번 째 목적지인 성산 일출봉으로 차를 몰았다.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광.
간간이 눈보라도 돌변하는 변화무쌍한 제주 기후.
시간이 많이 흘러서야 우리 일행은 성산 일출봉에 도착하였다.
멀리 보이는 일출봉,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주위.
어떡할까? 잠시 머뭇거리던 우리 일행은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오르자!'
식구들과 일출봉을 오르며 기기묘묘한 산세에 놀라 그저 탄성을 지으며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본 성산읍 전경,
어스름한 풍경에 반짝이는 불빛.
자연과 인공의 조화기 빚어낸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우리들의 숙소인 표선면 로그빌리지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이미 사위는 어둠으로 짙게 싸여있었다
로그 빌리지.
통나무로 지은 2층 짜리 유럽풍 팬션 단지다.
통나무집 주위로 대규모 감귤농장이 있어 마음껏 감귤체험을 할 수 있다기에 일부러
첫날밤(?) 숙소로 정하게 되었다.
15평의 1,2층 규모로 아담하고 깨끗하게 지어진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차를 몰았다.
당초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제주도 토속음식을 모두 맛보고 오기로 한 우리 가족은
갈치 조림 정식을 시켜 푸짐하게 저녁을 즐겼다.
아들과 소주 잔을 부딪히고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포근하고 따스한 제주에서의 첫날밤은 행복덩어리로 기억된 채, 우리는 여행 둘쨋날을 맞았다
여전히 날씨는 흐림이다.
흐린 하늘 틈새로 햇살이 눈부시게 퍼진다.
짐을 챙겨 어제 너무 늦어 둘러 보지 못한 섭지코지로 향했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도는 해안도로는 여행 내내 환상적이었다.
섭지코지.
드라마 '올인' 의 촬영지란다.
(난, 이 드라마의 내용은 모르지만 섭지코지로 오르는 길 곳곳에 송혜교와 이병헌의 대형 사진이 있었다)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비를 뿌리는 악천후임에도 불구하고 환한 표정을 지으며
섭지코지 코스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정상에 이르자 펼쳐진 유채꽃 단지.
와!!!
멀리 성산 일출봉과 쪽빛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유채꽃의 자태는 이국적 풍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 이게 바로 유채꽃밭이로구나.(유채꽃은 여러 차례 보았지만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은 처음)
자연이 빚어낸 주상절리의 기묘함을 뒤로 하고 우리는 중문 단지로 향했다
이국적인 제주의 풍경에 나처럼 제주 여행이 처음인 딸, 소라가 연신 환호성을 질러댄다.
서귀포에 다다르니 장엄한 월드컵경기장이 보이기에 잠시 들러 그 위용에 감탄했다
제주의 정방, 천지연,천제연폭포. 그 중 우리는 정방폭포만 보기로 하였다.
동굴도 생략하기로 하였다.
강원도 정선,영월,삼척.. 충청도 단양 등지에서 동굴은 이미 여러 곳 보았기에...
정방폭포의 시원한 낙수를 즐기고 중문 관광단지에 있는 여러 구경거리들을 이곳 저곳
둘러 보았다.
여미지 식물원, 소리섬 박물관, 테드 베어......
엄청난 위력으로 불어대는 제주 바람에 질려서인가?
우리 가족은 해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내일 목적지인 마라도를 위해 마라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풍랑을 만나 표류했다는 곳을 옆에 끼고 우뚝 선 산 하나
한라산이 만들어질 때 분화구(백록담) 떨어져 나와 이곳에 자리잡았다는 산방산.
홀로 우뚝 솟은 산방산은 참으로 신비스러웠다.
형제도가 눈 앞에 펼쳐지고 송악산이 곁에 바라다 보이는 전망좋은 팬션 '바닷가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주인 아저씨의 소개를 받아 인근의 이름난 흑돼지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동쪽으로 난 창이 밝아온다.
얼른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선다.
야!! 일출이다.
형제섬을 옆에 두고 산방산과 송악산을 양 옆으로 낀 채, 벌건 태양이 솟아오른다
식구들을 깨웠다.
우린 솟아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경건한 자세로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아마도 사랑과 행복과 건강을 기원했으리라.
그리고 하나 더 '고마움'
아침은 가볍게 된장찌게로 해결하고 국토 최남단 마라도 여행길에 나섰다.
정원 282명의 마라도 유람선 1, 2층이 모두 꽉 들어찬다.
드디어 출항.
산방산을 멀리 하고 유람선은 멀리 용머리 해안을 스쳐 가파도를 지난다.
마라도가 넘실대는 파도에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아, 마라도 !
우리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유람선이 선착장에 접안하자 우리 일행을 맞이한 것은 어마어마한 바람이다.
바다 건너 멀리 제주도가 보인다.
임창명의 '자장면 시키신 분' 이란 간판의 중국 음식점, 손바닥 만한 마라분교도 보인다.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날개,
그 모진 바람을 견디며 서있는 등대, 그리고 등대지기. 마라도 사람들.
유난히 거센 바람에 볼이 시리고 온몸이 얼얼하다.
섬을 일주하고 손에 꺽 감싸고 마신 커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라도는 내게 엄청난 바람으로 기억된다
마라도를 떠나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소인국 파크로 서둘러 떠났다.
오늘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한라산 등반을 위해서....
세계 여러나라의 유명 건축물을 실제 크기로 축소시켜 만들어 놓은 소인국 파크는 그리 크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만족한 채, 1100 도로로 차를 몰았다.
그 화산섬에 이리도 곧게 뻗은 도로가 여기 저기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멀리 한라산이 허연 눈을 뒤집어 쓴 채 그 위용을 드러낸다.
1100 도로로 들어서자 경찰이 차를 세운다.
체인을 쳐야만 통행이 가능하단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너무 아쉬웠다.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1100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윗새오름까지 가려했는데.....
너무도 황당한 계획을 세운 우리들을 나무라며 차를 5.16 도로로 몰았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한라산이 안보인다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눈이 내린다.
아,
눈의 고장 강원도 산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성판악을 향해 오르는 5.16 도로 양 옆으로 눈이 높게 쌓여있다.
세상에!
이런 날 제대로 된 등산 장비도 없이 한라산을 오르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하하하하....
우리 가족은 그저 웃음 밖에 안나왔다.
하얀 눈을 뽀얗게 뒤집어 쓴 성판악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를 따라 조금 가는데,
"저기 저 아저씨. 등산은 안됩니다. 그냥 기념 사진이나 찍고 내려오세요" 관리원이 방송으로
통보한다. 왠 망신??
하하하하....
부랴 부랴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우린 뜨끈한 국수(유별나게 국물이 맛있었어요)를
한그릇 씩 비우고 도깨비도로, 제주목석원,삼성혈을 거쳐 여행의 최종목적지인 애월로 향했다
이제 이번 가족 여행의 마지막 숙소를 찾아 애월로 향했다.
지도를 본다,
제주 일주를 다 한셈이다.
'한림'을 지척에 두고 우린 가장 아름답고 전망이 좋은 팬션을 고르느라 한참을 돌아다녔다.
해안도로를 따라 정말 그림처럼 지어진 팬션들.
그 중에서도 우린 가장 예쁘고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팬션 '유채꽃 향기'에
마지막 여장을 풀고 럭셔리한 저녁을 위해 차를 몰았다.
횟집.
아주 푸짐하고 근사한 B 코스 정식으로 시켰다.
우와~~~
제주 옥돔,은갈치,고등어, 소라, 자리옥돔....이름 모를 회등 등....
제주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숙소로 가는데 아들 왈,
"아빠, 노래방 !" 한다.
그래 가자.
우리 가족은 노래방에서 1시간 30분 동안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파도가 철썩이는 아름다운
팬션에서 곱디 고운 꿈을 꾸었다
이번 여행에서 난 깨달았다.
가족의 소중함과 여행의 중요함과 건강의 필요성을.........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해야한다는 사실도.....
난 모든 것에 무한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200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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