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3박4일 가족여름여행.....섬진강/남원/노고단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3. 11:12

통영의 풋풋한 바닷내음을 뒤로하고 통영대교를 옆에두고 나란히 세워진 충무교를 건너
거제도로 향했다.
몽돌(학동)해수욕장, 유람선에 몸 싣고 해금강 구경및 외도견학, 장승포, 거제 조선소, 거제 포로수용소, 그리고 거제도 일주.
오늘의 여행 계획이다.

섬이라기보다 육지라는 편이 나았다.
높은 산과 논밭, 계곡이 곳곳에서 보이는 섬 아닌 섬.
그 섬의 가장 높은 산을 가로질러 우리가 맨처음 도착한 곳은 학동(몽돌)해수욕장.
유람선 매표소에서 2시간 20 여 분 소요되는 해금강및 외도 관광 티켓을 끊어놓고 몽글몽글,댁대글거리는 몽돌에 앉았다.
수 많은 세월 파도에 씻기고 씻기우며 제 몸을 씻고 갈고 닦는 지리한 몽돌의 수도(修道).
한참을 바라보며 자리를 떠났다간 되돌아오고 잠시 머물다간 또 씻기워지는 끝없는 파도와 몽돌의 인고(忍苦)를 바라보며, 해수(海水)에 제 몸 씻는 비키니 싱싱한 여인 두 서 너 명을 바라보며 내가 파도이고픈 심보를 머금는 새, 유람선(팔색조2호)가 도착했다.
정원 98명이 다 찼다.
유람선이 끈적한 바닷바람을 살갗에 묻히며 해상국립공원을 향해 치닫는다.
포말,
포말이라하던가?
무수한 물의 바스러짐.
그 무수한 바스러짐 속에 억겁의 세월 동안 씻기고 씻기운 바위섬.
그 장엄한 해금강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
지독한 오르가즘이다.
표현할 詩語를 찾지 못해 어지럽다.
진정 네가 자연이로구나.
억겁의 바위에 너무도 가난한 자양분을 먹고도 자라준 풀,나무.....
야~~~~~~
눈물이 난다.
바위절벽에 뿌리내린 잡초에게 난 존경을 표한다.
거룩한 생명이여!

해금강의 절경에 넋을 잃은 사이 우리 일행은 외도 선착장에 닿았다.
외도!
24 년 전, 서울서 이곳으로 낚시 왔던 한 공무원이 큰 뜻을 품고 이 섬을 통째로 사들여
손수 가꾸었다는 이국적인 섬.
관광객들의 발길이 섬 전체에 묻어나 열기로 훅훅거리는 아름다운 섬,외도.
인공의 미와 자연의 미가 잘 어우러진 섬.
그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할 수 있는 건강과 시간과 가족과 경제력 주심에 감사하며
외도와 해금강을 통째로 머릿속에 저정한 채 해물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장승포와 조선소 등을 눈으로 지나치며 민족상잔의 슬픈 역사가 서려있는 거제포로수용소에
들러 민족과 전쟁과 자유민주주의를 생각해보았다.

거제가 점 점 멀어져간다.
이제 우리들의 마지막 목적지인 지리산 화엄사,쌍계사, 화개장터, 노고단, 남원을 향해 차를
몰아야한다.
호남고속도로 하동 톨게이트를 빠져 벚꽃 10리길을 끼고 도는 섬진강의 자태를 감상하며
화개장터에 도착, 장터를 둘러보고 섬진강 재첩국에 녹차냉면 ,산채비빔밥에 동동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던가?

쌍계사(雙溪寺),화엄사를 둘러보고 나오던 길에 노고단으로 차를 몰았다.
강원도 산간오지길에 숙달된 내 차이건만 헉헉거리며 성삼재 휴게소에 이르렀다.
아!
휴게소에서 내려다본 정경.
참으로 시원했다.
예까지 보고 남원으로 길을 돌리려하는데, 아내가 말한다.

"갑시다, 가자구요, 저 노고단을 향하여!"

정말? 당신 갈 수 있겠어?
골골 80 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일행은 노고단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계속)

 

2005.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