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유성우 관측 여행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3. 11:09

아들녀석 운전면허증은 땄으되 실전 경험이 없어 데리고 운전연습겸 가족 드라이브.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너무 사치스런 일이 아닌가 싶었지만, 어쩌랴!

홍천 팔봉산자락을 휘이 돌아 폐교된 분교- 분교는 화가나 조각가들이 임대를 해서 예술촌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나다 잠시 들렀다,
인심좋은 화가가 두루 두루 구경하라기에 밍키를 포함한 다섯 식구
폼 잡고 작품들을 감상한다.
풍만한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초상 앞에서 한참 머물었다.
"여봇, 닳겠어요"
아내의 질투어린 핀잔에 눈길을 강변 수채화로 돌렸다.
'치~~폐닭이 낳은 계란으로 후라이 해놓은 것 같은 가슴을 가진 울 목마여~'

차를 좀 더 모니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명비발디파크를 지나자 마자 눈에 익은 거리,산,풍경.
아!
나랑 집사람이랑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던 초임지 학교,대곡초등학교.
학교로 들어섰다.
내 살던 관사를 허물어지고 새단장을 했고 교사도 새로 지어 24년 전의 모습은 없었지만,
운동장 가에 터억 버티고 있는 플라터너스며 잣나무.
저기 돼지우리가 있었지,
저기가 당신 방이었고, 조 나무 그늘아래에서 밤이면 기타 둥둥대던 당신 모습 떠올라요.
저기 조 뒷산 기억나세요?
당신이랑 밀어를 속삭이던 조 나무 아래.
아!
나랑 아내는 아주 오래된 추억 조각들을 꺼내 맞추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파아란 잔디로 단장한 운동장에 앉아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기념촬영을 했다
(관련 사진 나중에 올릴게요)

긴 운전연습을 마치고 우리는 유성우 관측 계획에 몰두했다.
유성우.
유성들이 비처럼 내린다는 절호의 챤스.
천체에 관심이 많은 아들 녀석의 설득에 밀려 늦은 밤 10시를 넘겨 관측 장소로 아내가 차를 몰았다.
새우깡이랑 캔맥주랑 음료수 등을 챙기고......

춘찬을 한참 벗어난 산골짜기.
인적도 드물고 차량행렬도 뜸한 심심산골에 차를 세웠다.
돗자리를 펼치고 북두칠성과 북극성 카시오페이아가 잘 뵈는 위치에 네 식구가 누웠다.
야~~~
별이 보인다.
밤하늘을 온통 보석으로 수놓은 장관,
풀벌레소리.
난 멍석과 오구수,감자를 이야기 했고, 아내는 서리며 귀신놀이 반딧불이 등을 이야기했다,
아! 예날이여!
한참의 기다림 속에 드디어 하늘을 주욱 긋는 꼬리.
유성이다,
야! 유성이다,
소라가,기영이가,아내가,그리고 내가 얼싸안고 마음껏 외쳤다.
그 찬란한 자연의 극치미에 새벽이슬이 내릴 때까지 별을 헤다 저마다의 가슴 가슴마다에
곱디 고운 추억을 간직하고 우리들은 아름답게 집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었다,어제는

 

2005.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