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학교에 남아 서성입니다.
다른 때 같으면 춘천으로 향하는 차의 속도가 대단할텐데
그날은 학교 관사 한 켠에 주저앉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만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고,처녀치마의 새 순을
보며 작은 행복감에 젖습니다.
/전화/
"아빠,여기 서석이예요."
딸 아이의 목소리가 기쁨입니다.
서석이면 이제 약 30 분 정도 남았군요.
나도 덩달아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아내와 두 아이가 만남의 행복 그득 싣고 내게로 내게로 다가옵니다.
아내의 작은 차가 보입니다.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아빠"
"여보"
/구룡령/
식구들과 함께 오릅니다.
지난 번엔 동료와 함께 혹은 나 홀로 오르던 구룡 잔등.
넷이 오르는 구룡의 등은 구불구불 재미도 있습니다.
밖의 신록에 모두가 감탄입니다.
진달래가 몽글몽글 잔치를 벌이고, 계곡물은 눈부시게 허연 물거품
건강하게도 토해냅니다.
물 입니다.
산물.
/아야진/
바다내음이 들어옵니다.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너른 바다가 두 눈 그득 들어옵니다.
1년 만에 다시 선 아야진.
자그마한 어촌마을.
작년에 묵었던 집에 짐을 풀고 바다로 들어갑니다.
손이 담기고 발이 담기고 마음이 담기고......
바위 위에 앉습니다.
넷이 하나가 됩니다.
자랑스런 아들의 소식(시험을 아주 잘 보았다는,수학과 물리를 1등했다는, 모두 A학점이라는......)
딸아이의 봉긋한 가슴과 브래지어선.
바다에 비쳐 더 귀엽습니다.
밝게만 자라주는 아이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아내/
나의 목마가 이젠 많이도 늙었습니다.
옆 모습에서 세월의 그림자가 짙게 묻어나고,
생각이 이제는 많이도 협조적이되었습니다.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습니다.
키에 비해 오붓한 어깨가 따스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부둥켜 안고 바다에게 또 약속합니다.
'사랑하리라'
/소망/
돌아오는 길에 아주 작고 이쁜 카페가 있어 들렀습니다.
내가 바라던 그런 분위기.
오물오물 꽃이며 나무며 잔디밭.
이런 저런 동물들.
아주 이쁜 실내장식.
너무도 이뻐 한참을 머물며 맛난 식사도 즐기고 차도 마시며
다음에 와 주인이랑 시간 함께 하며 1박 하리라 약속하고 구룡령을
다시 넘습니다.
/미산/
미산에 섰습니다.
그 높은 터에 올라 넷이 그림을 그립니다.
여긴 진입로.
저긴 마당.
저기엔 꽃잔디를 심고.....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의 사랑을 심고 우리에게 부담을 준다며 끝내
사양하신 두 분 장인 장모의 깊은 마음을 심고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200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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