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2003.남도기행(南道記行)....(1)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3. 11:07

2003년 1월 3일.
아침 9시.
설레이는 마음으로 우리 가족은 춘천을 떠나 멀고도 먼 6박7일의
가족여행을 떠났다.
셀레임과 흥분으로 내 차 스포티지는 일렁거렸고.....
중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이제 막 개통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지나 중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전라도 무주를 지날 때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여느때 같으면 좋기만 하던 눈.
왠지 불길한 예감.
암튼 우리 가족을 실은 나의 애마 스포티지는 진주를 지나
사천,광양을 두루 관통해서 순천에서 여수로 몰았다.
여수!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오동도.
오동도로 걸어가는 우리 가족은 세찬 바닷바람과 맞서 싸워야했다.
살을 에는듯한 눈보라.
춘천에서도 겪기 힘든 야릇한 경험을 이곳 여수에서 느껴야 하다니!
온통 대나무와 후박나무, 바알가니 벌어진 동백의 숲을 지나
용굴이라 불리는 곳에 도착해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우리 가족의 사랑을 새삼 느꼈다.
참으로 좋다.
추위 쯤은 내일 있을 제주도 여행으로 저만치 물러서고
여수항에 섬처럼 떠 있는 많은 배들을 바라보며 제주를 떠올렸다.

오동도 근처의 골든 파크 모텔에 짐을 풀고 맛있는 꽃게탕으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바람이 더 세차게 분다.
방 밖으로 뵈는 바다가 심상치 않다.

밥을 배불리 먹고 우리 가족은 중무장을 한 채 오동도 근처의
일출루(日出樓)에 올랐다.
눈은 내리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
일출루에 올라 내려다 본 여수 시내와 오동도의 야경이 너무도
황홀해 우리 가족은 환호했다.

소라도, 아내 혜숙이도, 기영이도, 나도 내일 완도에서 타게될
예쁜 카페리호를 꿈 꾸며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얼마만에 넷이서 함께 하는 잠자리인가?
참으로 좋다.
네 식구가 하루 종일 함께 하니 참 좋다.
소라가 새륵새륵 잠들었다.
기영이도 무슨 꿈을 꾸는지 뒤척거린다.
이쁜 아내 혜숙이도 내일 있을 제주도로의 환상여행에 빠져
행복하게 잠 들었다.

여전히 창문 밖 바다는 일렁거리고 눈발이 성성하다.

 

2005.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