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매장
눈빛으로만 바라보는 그대 가난한 이여,
뭐 시켜먹을까?
난 짜장면
난 짬뽕.
거금 수천만원을 피 하나 섞이지 않은 그에게
그냥 퍼주면서도
의류 매장을 지날 때면
아내는 일부러 시선을 저만치 두는 그런 여자다
1984년 12월 23일
그해 겨울도 참 추웠다.
참으로 가난한 두 영혼의 만남
결혼식 장면 하나 비디오로 남겨두지 못하고
그 흔한 제주도 여행도 못가고
비키니 옷장에 전기풍로
진공관식 라디오가 전부였던 우리들의 신혼살림.
고맙다 아내여,
내 아름다운 신부여,
21년을 다툼 한번 없이 살아온,
21년을 변함없이 살아온 우리
장한 아들에 예쁜 딸에 36평 너른 집에
섬길 어르신들까지 우리 곁에 있는
여보,
우린 행복한 거야
행복한거라구.
그리고 여보
우린 사랑한거야
엄청 사랑한거라구
고맙다.
옷 두벌에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던 당신,
짬뽕 한그릇에 행복해하는 당신,
그런 고운 당신이랑
미산을 꿈꾸며
또 아늑하고 닭살스런
폼나는 중년을 그려나가요
여보
그 흔한 말,
그러나 너무도 진솔한 말
"사랑한다, 혜숙아"
결혼 21주년에 부쳐 고운 아내에게 바친다.
2005. 12. 23 서설내린 아침에
2005.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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