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아들에게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3. 13:27

 

아들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타.

엊그제 전화 목소리에 숨겨진 네 고단함/ 어려움  엄마 아빠는 다 들었단다.

숱한 어려움과 부족함을 잘 헤쳐나가는 너를 볼 때마다 엄마 아빠는 네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단다

열일곱 어린 나이부터 부모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내 장한 아들아,

모험을 즐기고 난관을 극복해가며 ,과학도의 길을 걷는 네 장한 모습을 볼 때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처럼 엄마 아빠 또한 깊은 행복감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낀단다.

먼 객지 지독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홀로 잠 자고 홀로 식사를 하며 ,빨래까지 손수 챙기는 네 모습을 떠올리면 부모로서 안타깝고 미안하기 그지없다만, 오히려 그런 네가 자랑스럽고 대견할 수가 없단다. 이런 아빠의 마음을 너 또한 이해하리라 믿는다.

 

아들아,

보고싶구나.

날씨는 점점 차가워지는데 난방은 잘 되는지, 따습게 저녁은 먹었는지,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암튼 아들아,

네게 주어진 운명같은 길.

그 길을 오늘도 묵묵히 걷고있는 너를 보며 엄마 아빠는 오늘도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짓는단다

아들아,

지금 네가 걷고있는 길이 결코 허망하거나 외로운 길이 아니라,

네 자신과 엄마 아빠, 나아가 국가와 인류를 위한다는 크나 큰 자부심으로 지금처럼 잘 이겨내길바란다.

 

부디 부끄럽지 않은 내 아들

또한 네게 부끄럽지 않은 청년으로 당당하게 자라주길 빈다.

 

집에 오거든 아들아,

우리가 즐겨가던 그 주점에 가서 털털한 막걸리 마셔가며 내일을 이야기하자꾸나.

 

아들아,

밤 기온이 차다

이불 잘 덮고 부디 푸근한 꿈 꾸며 행복한 밤이 되도록 하렴.

 

2005. 11. 22  문득 네가 보고픈 아빠가.

 

2005.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