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어떤 여행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6. 10:07

아주 오래된 습관

 

주말 저녁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찾는 이도, 찾아오는 이도 없는

처가엘 가는 일

외로운 시간 더불어 말벗 해드리는 일

어르신들 모시고 비싼 음식은 아니어도 식사 한끼 같이 하는 일

음식점 명함 하나 더

아버님 지갑에 넣어드리는 일

(장인어른은 오래전부터 함께 찾았던 음식점의 명함을 모으시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강원도 화천 파로호 전경]

 

 

 

 

"아버님, 뭐 하세요?"

 

"그냥 있지 뭐"

 

"누구 온다는 사람 있어요?"

 

"없어"

 

일요일 아침

모처럼 산행을 하지 않고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늦었지만 그래도 남아있을지 모를

가을단풍을 찾아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을 하다 아버님의 고향이신 화천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님

고향 그리워하시는 마음

내 어찌 모르랴

 

 

 

모처럼 아버님의 추억담이 그칠 줄 모른다

마을과 산

개울과 고개

하나하나 다 떠올리시며

청춘을 이야기 하신다

 

늙음

늙는다는 것도 서러운데

걷기조차 불편하시니....

 

다시 아버님을 차에 조심스레 모시고 붕어섬으로 향했다

 

겨울철이면 산천어축제로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소도읍 화천

아버님의 청춘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곳 화천

 

 

 가을의 배려

철지난 단풍구경 나오신 어르신들 서운해하실까

그래도 남겨둔 가을 단풍

너무도 빨간 단풍나무 아래

모녀가 정겹게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곱다

아름답다

행복하다

 

 

여름철이면 이름도 예쁜 쪽배축제가 열리는 붕어섬에서

화천읍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다

 

"아빠~~!  하트 그려야지요"

딸소라가 명랑하게 재잘거린다

 

하하하...그래, 그렇지

파란 하늘

파란 강물

파란 마음

그득

그득

사랑을 그린다

사랑을 담는다

 

사랑합니다

 

 

 

오늘도 조촐한 막국수에 메밀만두국

감자전에 동동주 반되였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마냥 행복한 나들이였다 

 

어르신들  모셔다드리는 길에

개사료도 사드리고

엊그제 밀례장사 치른

  처외증조할아버지 할머니 묘소도 찾아뵙고 술 한잔 올렸다

 

짧지만  행복한 나들이였다

 

"아범, 고마워~~!"

하시며 마주잡은 장모님 손이 까칠하다

 

2007.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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