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아내의 머리를 염색하며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6. 10:09

아내 나이 마흔 여덟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어쩌면 부록같은 인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를,

그런 나이가 되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내 사랑하는 아내로, 며느리로 ,자식으로,직장인으로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왔고 살아갈 내 아내 김혜숙

 

 

어제 퇴근길에 할인매장 화장품 코너를 지나다 문득 머리 염색약에 내 시선이 머문다.

아내 손을 이끌고 진열대로 다가선다.

어느새 부록같은 인생을 사는 아내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구나.

아!

 

저녁을 먹고 거실 한가운데 신문지를 넓게 깔았다.

염색할 채비를 모두 마치고 아내와 난 거룩한 자태로 무슨 의식을 치르듯 정좌했다.

스님들 삭발식을 하듯 염색약을 아내의 희끗한 머리칼에 살포시 칠을 하고는

골고루 골고루 갈색을 입혔다.

아내의 머리가 그렇게 하얘졌는지 몰랐다.

부끄러운 남편이다.

물론 처가쪽의 일찍 머리 쇠는 내력도 있겠지만

하얘진 아내의 머리카락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싸~~해졌다.

 

염색을 마치고 적당히 검으면서도 갈색톤을 뿜어내는 아내 머리칼을 보고 만지며

함께 가야할 운명.

지금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더 사랑해야할 내 여자,내 아내임을 ......

 

아내의 머리카락 쇤 내력에는 내 책임이 절반도 넘으리라.

아내에게 진실로 미안하다.

이제 달랑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 미산(美山)

그곳에 가거들랑 계곡물소리,바람소리,새소리

하늘이랑 구름이랑 별이랑 비.

모두 담아 아내머리를 염색해줘야겠다.

 

2005. 6. 22. 아내의 흰머리를 염색하며 

 

 

 

엊그제 난 3년 전 그날처럼

더 많아진 아내의 흰머리를 곱게 염색해주었다

 

20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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