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별들을 텐트 지붕에 흩뿌려두고
아름다운 풀벌레 소리랑 미산강의 노래를 들으며 스르르 고운 밤으로 빠져들었다
자연 그대로인 밤이 참 좋다

오늘의 휴가 첫일정은 개인산약수를 찾아가는 걸로 정했다
우리나라 약수터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개인산약수
지지난 여름 다녀오면서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오기로 약속한 사실을 우린 기억한다
미산강을 배경으로 잠시 반쪽이랑 딸이 포즈를 취한다

개인산약수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난 방망이질 해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
아,

세상에
이렇게 기가 막힌 인연이라니 !
내가 꿈꾸던 미산산방을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
아,

마음씨 좋은 주인아주머니께서 우리들을 안으로 초대하신다
두루두루 마음껏 구경하라신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라니 !
내가 꿈꾸던 산방을 여기서 만나다니 !
저 별헤는 창을 여기서 미리 볼 수 있다니 ~
아, 이 어쩔 수 없는 인연이여, 미산이여, 미산산방이여~!!

반쪽이랑 하나되어 미산산방을 다시 떠올려본다
우리들의 미산산방은 이미 가슴 속에 그득한 것을......

인심좋은 너와집 주인이랑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미산산방 지을 때 노하우를 전수해달라고 부탁해두었다)
우리들은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들어서자마자 주위는 어둑해지고 웅장하게 들려오는 물소리며 새소리
진초록 그대로 간직한 바위 이끼며 바위채송화
내내 이어지는 작고 큰 폭포들
이 원시의 아름다운 계곡이 제발 훼손되지 않기를 소망하며 초록빛 머금고 행복한 걸음을 옮긴다
태초의 물소리가 이러했으리라
생명의 소리
환희의 소리
억겁의 소리

시원한 약수로 서로의 가슴에 사랑을 실어 나르는 중
딸아이에게 들켰다
다시 계곡에 발 담그고 앉아 쉰다 (아니, 너무 발이 시려 채 20초도 못 담근다)
아,
참 좋다, 참 시원하다.
이리 살면 되었다
아무렴, 이리 살면 되었지, 암 ~~되다마다
미산은 내게 무엇인가?
이렇게 운명처럼 만나지는 나의 미산은 내게 무엇인가?
태고의 신비스런 물의 노래에 취해 취해 취해~~~~~아, 참 좋다
이런 미산을 곁에 두고 살아갈 일이 마냥 행복하다
원시의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계곡과의 이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러나 떠나야할 때임을 알기에 맑은 계곡의 모습 마음 속 깊이 갈무리하고 길을 떠난다

얻어온 약수로 밥을 짓고(약수로 밥을 지으면 밥이 더 차지고 밥색깔도 조금 파릇해진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식탁을 차리고
행복 행복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다시 미산에 앉아 미산을 꿈꾼다
미산은 어쩔 수 없는 내 운명이다
아름다운 미산을 살포시 꿈꾸어본다

<계속>
2008.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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