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사랑과 도리로 감자 심 던 날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7. 10:25

몸 불편하신 장모님 대신, 딸- 사위가 감자를 심어드렸지요

 

지난해 늦가을,

장인어른 폐암 말기 판정 받으시고 딱 두달 만에 하늘나라로 가신 이후,

홀로 사시는 장모님을 퇴근 후 매일같이 찾아뵙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착한 딸이자 내 안해, 혜숙

 

착한 안해와 함께 노는 토요일을 종일 처갓집에서 보냈다

 

 

 

대관령 씨감자 1박스(20kg)를 23,000원 주고 지인을 통해 구입했다.

정말 씨감자답게 뽀얗게 잘도 생겼다

 

 

 

 

장모님과 마주 앉아 씨감자 씨눈을 골라 쪼개기 하는 동안

안해는  새참 안주로 전부칠 재료인  냉이 달래를 캐러 밭으로 나간다

 

 

 

드넓은 텃밭.

무릎관절염을 앓고 계신 장모님 혼자 관리하시기엔 지나치게 넓다

 

올해

저 넓은 밭을 우리 부부가 주로 경작해야한다

(밭은 집 뒤로도 저만큼의 면적으로 또 있다)

 

 

 

내가 삽으로 땅을 파뒤집고 밑거름(복합비료와 고형비료)을 넣으면

착한 안해는 레이크로 덮는다

찰떡궁합, 환상의 콤비다

 

 

비닐을 씌워 감지 심을 준비 완료~!!!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씨감자를 줄지어 놓아두고.....

 

 

 

안해와 함께 모종삽을 이용해 감자를 심는다

 

마당에서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계신 장모님이

지난 봄 꼭 그런 모습으로 우릴 바라보시던 장인어르신 같았다

 

 

 

두망을 심었는데도 씨감자가 남았다

다시 삽으로 땅을 파뒤집고 밑거름 넣고 비닐 씌우고....

 

장모님께서 냉이 달래전 부쳤다고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하라신다

 

좋~~~지요, 장모님

 

 

 

토마토 심을 자리까지 파뒤집어 비닐 씌워두고

뒷정리 하는 농군 미산을 안해가 담아주었다.

 

올핸 감자 실컸먹을 수 있겠다. 앗싸~~!!

 

"여보, 수고했어요"

"수고는 무슨....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는데...당신이 더 수고했지"

"아범, 고생 많았서, 쉬는  날마다 쉬지도 못히고...."

"장모님은 아무 걱정 마세요, 이 사위랑 딸이 다 해드릴테니까요"

 

 

 

 

처갓집 뒤 야산에서 굵은 칡 한뿌리를 캤다

 

 

 

쪽 쪽 잘 찢어 칡차를 만들기로했다

 

 

 

베란다 내 작은 카페 차탁 위에 곱게 올려두었다

 

올 겨울엔 또 집에서 칡향기 폴폴 나겠구나,

 

으~~~행복하여라

 

 

 

 

달래장을 뚝배기에 바글바글.....임연수도 굽고, 이런저런 반찬들도 준비하고

미산표 짝퉁요리로 푸짐하게 차린 저녁상.

 

연일 자살소식으로 시끄러운 아들네 학교

오늘 따라 아들생각이 간절하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에 잠 깨어 나니

몸이 약간 찌뿌둥하다

행복한 뻐근함이다

 

오늘은 또 다른 장모님의 근심을 덜어드리러 처갓집엘 가야한다

오늘의 미션 <창고 지붕을 수리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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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