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알콩달콩

아들, 집에 오다

구절초 시인 비사랑 2022. 9. 26. 10:02

비가 억수로 퍼붓는다

여기저기서 피해가 속출한다

걱정이다

비 피해는 언제나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들에게만 찾아든다

안타깝다

               <춘천 댐 방류 모습을 촬영>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대전 학교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춘천으로 오라고,

더 이상 그곳에 머물러 있는것은 무의미하다고,

1시 차로 올라오겠단다

 

드디어 아들이 오는구나

오후 4시경이면 춘천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그렇구나.

3년 전 여름

달랑 자전거 한대 이끌고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하이킹을 다녀오던 날처럼

꼭 그날의 기분을 안고 우리 셋은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비밀 프로젝트 ~!

<아들의 지리산 종주를 축하하라!>

 

 

복사용지(B4)를 길게 이어 현수막을 만들었다

환영이란 글씨를 쓰고

아들의 일정에 따라 지도를 그렸다

쓰윽 쓰윽 그려대는 아빠의 모습에 딸이 놀란다

"우와~~울 아빠 참 잘도 하신다, 그냥 막 그려도 멋있어요"

하하,

어디 한 두 번 해본 솜씨더냐?

 

 

아들 방에 가서

아들의 여자친구가 보내온 선물 상자를 꺼내왔다

하하하,

아마 아빠의 이런  모습을 보면 울 아들 쑥스러워할테지?

그래도 할 수 없다 뭐

 

 

지리산에서

아들은 참으로 시인 아빠의 아들답게도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썼단다

짜시~~~~익.

꼭 아빨 닮아서.......

 

 

 

아들 오면 줄 음식을 만들던 아내도 동참한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엄마의 동참으로

현수막은 점 점 멋스러워진다

밍키도 소라누나의 품에 안겨 응원을 보낸다

 

 

 

우리 가족이 만든 현수막이다

왼쪽부터 차레대로 올려본다

 

 

 

엄마, 아빠의 메모가 보인다

<연하봉 3박이 아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동생 소라의 메모도 보인다,

둘은 얼마나 다정도 한지.......고마운 아이들이다

 

 

 

이제 다 완성되었다

나가자,

밖으로......

이제 집 앞 벽에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얏호~~~!!

 

 

 

하하하......참으로 재미있는 식구들이다.

울 아들,

아마 모르고 있을걸.....?

 

 

 

아들의 전화다

아빠~~!! 10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것 같아요

터미널로 달려나갔다

 

아들이 지리산처럼 듬직하게 우뚝 서 있다

아!

자랑스럽다

그 뿐!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아들은 지리산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지리산의 야생화처럼 우리 가족에게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사랑한다, 모두........아주 많이~~!!!

 

이제 집에서 몇일 쉬면서 비 긋기를 기다리다

계획을 바꿔 설악산을 시작으로 다시 남하한단다,  

아들의 지리산종주 생중계에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고마우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따뜻하게 올립니다

 

2006.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