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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마당> 어제처럼 흐린 날에 우린 흐린 주점에 간다

하늘이 흐리다. 이제 곧 비라도 흩뿌리겠구나. 그리움 알갱이 제 무게 못이겨 사정없이 떨어지는 비눈물. 흐린 하늘 덮인 사이로 아들이 왔다. 他鄕에서 시달린 지친 몸을 이끌고 아들이 왔다. 가족이라는 동그란 집으로 말이다. 아들아, 이렇게 흐린 날엔 주점엘 가자. 이 아빠가 즐겨가는 그 흐린 주점으로.... 녀석을 난 더러 이해할 수 없다. 그 순한 가슴에서 어쩜 저런 파격이 나온단말인가? 녀석의 할아버지께서 보셨더라면 아마 혀를 차셨으리~~ 드디어 비가 온다. 빗소리에/ 막걸리에/ 아들과 아내가 행복하다/덩달아 나도 행복하다. 그래, 아들아 댕글댕글 수국(불두화)처럼 그렁그렁 살자꾸나. 아들아, 삶이 가끔 너를 슬프게 하거든, 하늘을 보아라. 거기 숨어있는 네 그리움을/사랑을/아픔을 한껏 치어다보거라 ..

<山行記> 高僧들의 修道 도량인가?/ 용화산을 다녀오다

바위가 허락한 작은 틈, 그 비좁은 공간에 솔씨 하나 흘러 들다. 아주 적은 물,바람,햇빛만 먹고 저리도 거룩하게 수십년을 자리 지킴한 修行. 어김없이 일요일 /어김없이 산으로 흘러들었다/ 춘천 근교의 용화산(해발 878미터) 죽은듯 죽지 않고 멈춘 듯 멈추지 않은 저 겸손함. 그날도 푸른 6월의 하늘 /여전히 거룩하게 손 뻗어 찬양하는 神 바위에 솔씨 하나 뿌린 당신, 날 향한 /널 향한 천년 松이어라, 고승이어라 2005. 6. 13.

<우리 가족> 어버이날 회상/ 2005

어제. 어버이날. 내 부모님께서는 아주 오래 전에 돌아가셨기에, 장인 장모님을 친부모라 여기고 살아왔지요. 장모님께서 몇일전에 고사리,산나물 입안으로만 오물거리시기에 모처럼 도시락 정성스레 싸서 전에 우리 가족이 터 잡고 살던 산간벽지 마을. 소위 분교(分校). 1시간 30여 분의 운행 끝에 도착한 마을. 아! 우리들의 사랑으로 향기롭던 학교랑 사택이랑 폐허가 된 채, 무심한 민들레만 무성하더이다. 나랑 목마랑 누워 사랑스럽게 팔베개하고 잤던 안방, 아들 방,부엌...... 아련하니 몽글몽글거리며 피어오르는 추억들을 간직한 채, 즐겨 가던 산(나물이 많이 나던 명소)으로 차를 몰았다. 해발 680 미터의 산자락은 살속을 파고드는 바람으로 우리를 떨게했고, 아주 오랜 세월 민간인들의 행적이 뜸한 산은 키 ..

<여행기> 詩/남도기행(南道記行)

남도기행(南道記行) ....................美山/왕/은/범/ 1. 새만금 南道의 보리 연기 안개처럼 자욱한데 버얼건 낙조(落照)에 새만금도 벌겋구나. 말라 비틀어진 갯벌에선 장승들 노래 진혼곡마냥 웅웅댈 뿐. 그 어디에서도 갯벌의 노래는 들려 오지 않았다. 낙조만큼 부끄런 홍조를 띠고 일행은 주검 앞에 차마 설 수가 없어 부끄러 부끄러 사라지는 해처럼 도피해야 했다. 2. 채석강 억겁의 씻김과 씻김으로 그리도 정결할진대 변함없이 변산의 한 자락 부여 잡고서 묵묵히 수도하는 그대는 진정 神이로소이다. 층층이 간직한 사연을 머금은 채, 산(山)이 되었다 강(江)이 되고 이 백이 되었다 이상이 된다. 그러한 세월의 틈 속에 내 들어가 앉으니 한낱 미물(微物)이어라,풍진(風塵)이어라. * 채석강 :..

3박4일간의 제주도 가족여행(2005년)

지난 해 12월 23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20주년 기념일이었다. 1984년 그날. 예식을 마치고 강원도 태생의 부부가 강릉으로 속초로 소위 신혼여행이라고 떠났으니..... 20 년이 흐른 바로 지난 몇일, 성큼 자란 두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서 너무도 고맙고 행복했다. 제주도. 환상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꼭 들어가는 섬. 자, 이제부터 우리 가족의 제주 여행기를 적어보렵니다 2005년 1월 10일 , 원주공항. 힘찬 발진에 이어 이륙이다. 아래로 내다뵈는 국토의 아름다움도 잠시, 50 여 분의 비행 끝에 제주 도착. 오후 3시다. 제주공항에 미리 예약해둔 렌트카(SM5) 계약서를 작성하고 차를 인수하면서 우리 가족의 3박4일 짧은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미리 준비해간 여행 지..

3박4일 가족여름여행.....섬진강/남원/노고단

통영의 풋풋한 바닷내음을 뒤로하고 통영대교를 옆에두고 나란히 세워진 충무교를 건너 거제도로 향했다. 몽돌(학동)해수욕장, 유람선에 몸 싣고 해금강 구경및 외도견학, 장승포, 거제 조선소, 거제 포로수용소, 그리고 거제도 일주. 오늘의 여행 계획이다. 섬이라기보다 육지라는 편이 나았다. 높은 산과 논밭, 계곡이 곳곳에서 보이는 섬 아닌 섬. 그 섬의 가장 높은 산을 가로질러 우리가 맨처음 도착한 곳은 학동(몽돌)해수욕장. 유람선 매표소에서 2시간 20 여 분 소요되는 해금강및 외도 관광 티켓을 끊어놓고 몽글몽글,댁대글거리는 몽돌에 앉았다. 수 많은 세월 파도에 씻기고 씻기우며 제 몸을 씻고 갈고 닦는 지리한 몽돌의 수도(修道). 한참을 바라보며 자리를 떠났다간 되돌아오고 잠시 머물다간 또 씻기워지는 끝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