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1

아들에게 애인이 생겼다

연이은 밤샘 실험으로 녹초가 된 아들이 아침부터 전화다 "아빠, 잘 지내시죠?" 생뚱맞다 녀석이 이른 아침(08 : 20)에 전화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 너도 잘 지내지? 참 요즘 축제기간이라면서?" 아들네 학교는 특이하다 아니 잔인하다 젊음의 열기로 북적대는 소위 "축전(祝典)"기간임에도 예외없이 밤샘 실험이란다 (축제라는 말보다 축전이라는 표현이 옳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피로와 지침으로 찌든 녀석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참으로 가엾다는 생각 뿐이다 한창 낭만이니 여유니 사랑이니 인생이니를 논하며 거들먹거릴 법도 한데 (애비인 난 '다시 또 회상'이란 글에서도 밝혔듯이 사랑타령으로 보내던 스물 하나였는데..) 아들에겐 스물 둘 건장한 몸에 빼어난 용모(난 여전히 팔불출이다)를 발산할 겨를..

아내에게

고맙고, 다시 고맙고, 그저 고맙고...... 마구마구 사랑만 할테야 반백의 세월 아직 남았잖아 구절초 향 같음으로 나무새의 간절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볼테야 美山 그 향기로운 언덕에 당신 닮은 흙집 하나 소담스레 지어두고 그댈 위한 노랠 부르며 우물가에 앵두나무 심고 뜨락에는 당신 말대로 목련도 한 댓그루 심고 말야 그래, 우리 바라보며 쉴 느티나무 그늘도 만들어야지 구절초 흐드러지게 핀 늙은 가을날 당신이랑 벌러덩 들판에 누워 하이얀 구절초 하나 꺾어 우리 늙은 콧잔등도 간지럽히며 구름이 될테야 가벼워진 우리 육신 동동 태우고 거칠 것 하나 없는 하늘로 하늘로 날아 아주 고운 별로 스며드는 솜털같은 구름말야 보잘것 없는 핸드백 하나 받아들고 밤늦도록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가난한 행복을 사랑할테야 사랑만..

아들아

어제는 한달에 두 번 있는 노는 토요일이었지요 산행을 할까? 짧은 여행을 떠날까? 외로우신 어른들 모시고 드라이브를 할까? 하다가 얼굴 본 지 아주 오래 된 아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답니다 아들 스믈 두 살. 열일곱에 부모 곁을 떠나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한 게 벌써 6년 째 늘 보면 안쓰럽고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운 울 아들 녀석에게 가져다 줄 과일이며 책, 옷가지 등을 주섬주섬 한보따리 챙겨 아내와 함께 대전으로 출발! 중앙선,영동선 ,중부선,호남선을 타고 내려가며 연둣빛 신록이랑 산벚,개살구,개복숭아꽃의 절묘한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유성IC를 빠져 대덕과학단지 도착. 늘 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너무나 썰렁하리만치 조용한 캠퍼스는 여전합니다 "아들아, ......." 반가운 아들이 햇빛 못 받은 풀마냥 핼..

아내와의 봄나들이

일요일 아내의 일요일은 언제나 밀린 집안일로 그득합니다 빨래며 청소, 반찬만들기,옷다리기..... 곤하게 잠든 아내 몰래 이불에서 빠져나와 아파트 길 건너 새벽마다 열리는 번개시장으로 나폴나폴 즐겁게 걸어갑니다 개나리며 진달래 목련 흐드러지게 핀 새벽 풍경이 상큼합니다 여명이 가시기 전, 인도 한쪽으로 길게 펼쳐진 번개시장 참으로 순박하고 부지런한 어릴적 울엄마 아부지 같은 분들의 박자글거림 그 싱싱한 사람들이 펼쳐놓은 좌판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그득합니다 생선,과일,화초,나물,잡곡,옷,신발,김밥,떡,배추,무우,파,마늘,연근,마,참기름, 콩탕,두부,비지,청국장,밑반찬,빈대떡,........ 어르신들을 위한 올챙이국수 두 사발에 4000원 이랍니다 호주머니에서 따뜻하게 덥혀진 돈을 손..

열일곱 등푸른 여고생 내 딸

딸아이가 여고생이 되었다 열일곱 이 향긋한 봄같은 향기 폴폴 풍기는 곱디 고운 딸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여고생이 된 것이다 애비로서 이 얼마나 가슴 설레고 기쁜 일인지, 멋지게 교복 차려입고 거울 앞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는 아이를 보며 내 가슴은 왜 이리도 벅차오르는지..... 어제 난 내가 품었던 설레임과 딸아이가 그리도 오래 거울 앞에서 단장을 하던 모습들이, 막 피어난 봄꽃같은 희망들이 처절하리만치 무너져 내리는 모습 앞에서 그만 슬픈 술을 홀로 마셨다 회상(回想)/2006/3/6/월요일 새벽 5시 50분 딸아이의 모닝콜이 요란하다 부시시 잠깨어 그래도 엄마 아빠 새벽 단잠 깨울까 조심조심 제 방문을 열고 욕실로 향하는 딸아이의 졸린 걸음이 보인다 '여보, 일어나야지. 소라가 깼네요. 아침밥..

東海로의 짧은 여행

동해 그 푸르댕댕한 바다 넘실대는 파도의 춤사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실당실 떠났던 짧은 여행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저 행복 했던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장인 장모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동서의 건강을 기원하며 우리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사랑합니다" 속초 영금정 갈매기들의 끼룩거림과 파도의 철썩거림 그리고 우리 가족의 화목함이 어우러져 찰방찰방 사랑만 자랐다 황태의 말없는 인고 거룩하기조차 했던 황태의 눈 그 덕장에 기대어 너를 본다 사랑한다. 사랑만큼이야 사랑만큼만 사랑처럼만 사랑하자 우리 이제 또 다른 사랑을 위하여 또 다른 추억을 찾아 그렇게 그렇게 부여잡고 가자 그렇게 사랑으로 뭉쳐 바람처럼 흐르자 2006. 2. 7.

아들과의 산행

아들이 왔다 열일곱에 집을 떠난 녀석이 스물 하나 늠름한 청년의 모습으로 우뚝 우리들 곁으로 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집에 온 아들 녀석을 데리고 겨울산으로 빠져들었다 이미 올 첫 산행지로 집사람이랑 다녀온 삼악산 의암댐 쪽으로 해서 상원사 ,용화봉(정상), 흥국사, 선녀탕, 등선폭포로 한바퀴 후익 돌았다. 훌쩍 커버린 아들 그러나 여전히 아이같은 청년 모처럼의 겨울산행이 힘들었겠지만 잘도 오르고 또 오르더니 정상이다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아내가 곱게도 찍어주었다. 내 아들이 산처럼만 살아주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보았다. 멀리 춘천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차다 그러나 우린 춥지 않다 우리니까 말이다. 언젠가 친구 윤호가 말한 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하산길 옹기종기 모여있는 음식점엘 들렀다 "..

그대 고운 당신께.....결혼 21주년에 부쳐

의류매장 눈빛으로만 바라보는 그대 가난한 이여, 뭐 시켜먹을까? 난 짜장면 난 짬뽕. 거금 수천만원을 피 하나 섞이지 않은 그에게 그냥 퍼주면서도 의류 매장을 지날 때면 아내는 일부러 시선을 저만치 두는 그런 여자다 1984년 12월 23일 그해 겨울도 참 추웠다. 참으로 가난한 두 영혼의 만남 결혼식 장면 하나 비디오로 남겨두지 못하고 그 흔한 제주도 여행도 못가고 비키니 옷장에 전기풍로 진공관식 라디오가 전부였던 우리들의 신혼살림. 고맙다 아내여, 내 아름다운 신부여, 21년을 다툼 한번 없이 살아온, 21년을 변함없이 살아온 우리 장한 아들에 예쁜 딸에 36평 너른 집에 섬길 어르신들까지 우리 곁에 있는 여보, 우린 행복한 거야 행복한거라구. 그리고 여보 우린 사랑한거야 엄청 사랑한거라구 고맙다. ..

아들에게

아들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타. 엊그제 전화 목소리에 숨겨진 네 고단함/ 어려움 엄마 아빠는 다 들었단다. 숱한 어려움과 부족함을 잘 헤쳐나가는 너를 볼 때마다 엄마 아빠는 네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단다 열일곱 어린 나이부터 부모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내 장한 아들아, 모험을 즐기고 난관을 극복해가며 ,과학도의 길을 걷는 네 장한 모습을 볼 때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처럼 엄마 아빠 또한 깊은 행복감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낀단다. 먼 객지 지독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홀로 잠 자고 홀로 식사를 하며 ,빨래까지 손수 챙기는 네 모습을 떠올리면 부모로서 안타깝고 미안하기 그지없다만, 오히려 그런 네가 자랑스럽고 대견할 수가 없단다. 이런 아빠의 마음을 너 또한 이해하리라 믿는다. 아들아, 보고싶구나. 날씨는..

2005 가족여행.....지리산/부산

헤어지기 아쉬운 지리산을 뒤로하고 청학동에 잠시 들러 옛것과 요즘것의 뒤죽박죽 묘한 감흥에 젖다 하동 벚길 구비 구비 남해고속도로로 올라섰다. 부산으로 가려는 게다 때 이른 을숙도 코스모스 밭에 들어가 가을 정취에 젖다 부산의 대명사 "자갈치 시장"으로 ! 길 양쪽으로 늘어선 생선들의 파닥거림과 장렬한 주검. 횟감을 고르는 사람들과 예서 제서 들려오는 흥청거림,악다구니. 시장은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했던가? 그 옛날 자갈 쓸리던 자작자작 소리 사람들과 생선들의 하모니로 진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가난하던 시절, 강원도 태생의 부부 신혼여행이랍시고 떠난 두메산골 강원도 설악산. 아름다운 흑백 앨범이 되어버린 우리 부부의 20 년 전을 떠올리며 또 묘~~~하다.(을숙도에서 폼 잡..